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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인천 여행

(강화) 혹한의 전등사(傳燈寺) 나부상(裸婦像)

혹한의 전등사(傳燈寺) 나부상(裸婦像)

 

언제 :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전등사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발가벗은 여인이 대웅전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일 것입니다.

56년만의 혹독한 12월 초 영하 날씨에 전등사 나부상의 모양이 궁금하여

강화 전등사를 다녀왔습니다. 

 

 

 

삼랑성 남문

전등사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안에 있습니다.

 

삼랑성은 정족산을 빙 둘러 성을 쌓았는데 최근 복원하여 한 바퀴 돌아볼 만 합니다.

 

 

 

 

 

 

전등사의 대표적인 건물인 대웅보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선 중기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전등사 대웅보전이 세상에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대웅보전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裸婦像) 때문이다.
대체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신성한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인인가 하고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나부가 아니라 원숭이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원숭이는 사자나 용과 마찬가지로 불교를 수호하는 짐승으로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사찰에 모셔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등사 대웅전의 조각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나부상이라는 데 의견이 더 많다.
이 나부상과 관련해서는 유명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전등사는

16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가운데 여러 차례 화재를 겪고

이 때문에 대웅보전도 여러 번 중건되었다.

 그 중 지금의 나부상이 만들어진 것은 17세기 말로 추측된다.


당시 나라에서 손꼽는 도편수가 대웅보전 건축을 지휘하고 있었다.

고향에서 멀리 떠나온 그는 공사 도중 사하촌의 한 주막을 드나들며 그곳 주모와 눈이 맞았다.
사랑에 눈이 먼 도편수는 돈이 생길 때마다 주모에게 모조리 건네주었다.
“어서 불사 끝내시고 살림 차려요.”
“좋소. 우리 그림 같은 집 한 채 짓고 오순도순 살아봅시다.”
도편수는 주모와 함께 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대웅보전 불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그 주막으로 찾아가보니 여인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며칠 전에 야반도주를 했수. 찾을 생각일랑 아예 마시우.”
이웃집 여자가 말했다.

 

 

 

 

 도편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여인에 대한 배반감과 분노 때문에 일손이 잡히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도편수는 마음을 다잡고 대웅전 공사를 마무리했다.

공사가 끝나갈 무렵 대웅전의 처마 네 군데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지붕을 떠받치는 조각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전등사 대웅보전에 얽힌 전설이다.

 

 

 

 

이 나부상이 더욱 재미있는 것은 네 가지 조각이 제각각 다른 모습이라는 점이다.

옷을 걸친 것도 있고 왼손이나 오른손으로만 처마를 떠받든 조각도 있으며 두 손 모두 올린 것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등사 대웅전의 나부상은 희랍의 시지프스 신화를 연상케 한다.

그런가 하면

부처님을 모신 성스러운 전각이지만 그런 조각상을 세운 당시 도편수의 익살과 풍자,

그런 파격을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아는 전등사 스님들의 자비로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도편수나 스님들은 무슨 뜻으로 나부상을 올려놓았던 것일까?
단순히 사랑을 배신하고 욕심에 눈 먼 여인을 징계하고자 하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도망간 여인이 잘못을 참회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라는 염원도 들어있는 것이다.

또 그런 조각상을 보게 될 후대의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본받으라는 뜻도 담겨 있으리라.
그렇기에 전등사 대웅보전의 나부상은 보면 볼수록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부(裸婦)의 눈물

 

장수의

호흡 거친 말 타고

눈의 시체를 밟고

간다.

 

혹한이

뺨을 치며 혀 내밀고

달아나

 

뒤쫓으니

저만치

돌문으로 사라진다.

 

처마 밑에

발가벗은 여인이

몸을

움츠리고 있다.

 

창피한 것일까

혹한에 

도사린 것일까

 

여인의 울음을  

본다.

 

지난날

탐욕의 부끄러움을 참회하는

울음

 

그 울음

눈 되어

천 년

나뭇가지

만 년

바위 위에 내린다.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처마 밑

나부(裸婦) 울음을

본다.

 

雨村

 

 

겨울 이빨= 고드름

 

 

 

 

 

염하강 너머 인천 청라 신도시가 조망됩니다.  

 

 

 

 

 

 전등사에는 이런 구멍이 난 나무가 있습니다.

 

 

  

 

 

삼랑성 동문으로 귀가하는 연인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 여인도 저렇게 귀가해야 하는데

그러나

혹독한 영하의 날 그리고 그 밤

전등사 대웅전 처마 밑 발가벗은 여인을 두고 돌아 나오는 나의 발길은

눈 길에 더욱 터벅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