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太白山) 산행기
일시 : 2010. 5.15. 토요일
누구 : 혼자
코스 : 유일사 입구- 장군봉- 천제단- 반재- 당골입구
5월 14일 영월에서 청령포와 관풍헌, 장릉 그리고 고씨동굴을 둘러보고 내일 태백산행을 위해
17:20 버스로 태백 터미널에 18:20 도착.
황지(黃池)를 찾았다.
황지는 낙동강 발원지로 반도의 동남부 천3백리를 돌고 흘러 남해로 든다.
태백역과 터미널 부근
날이 어둑해지는 시간은 여행객은 돌아가야 하는 귀소본능과 갈등이 시작된다. 고향 생각, 가족 생각, 내일의 낯선 행로에 대한 불안과 어둠 속 홀로의 외로움에 낯선 주막에서 술잔을 비운다.
5월 15일 토요일
태백산을 오르기 위해 일찍 일어나 숙소 근처에서 아침식사 하고 터미널에 서니 토요일이라서인지
등산객들이 붐빈다.
06:25 유일사 입구 가는 버스에 올라
06:50 유일사 입구에 대여섯의 등산객과 하차 태백산 산행을 시작했다.
산아래는 이미 봄꽃은 지고 유록들로 산천이 푸르른데
이곳은 이제 산벚꽃이 한창이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새끼손톱만 한 꽃들로부터 아기 주먹만 한 꽃망울이 길가에 형형색색 피어나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니 안개까지 피어올라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07:50
유일사 입구까지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차도여서 오르는데 힘들지 않고 하이킹하는 기분이다.
유일사(唯一寺)입구에 도착, 다른 사람들은 장군봉을 향하고 나는 혼자 유일사를 둘러보기 위해
약 100m 아래로 내려가 부처님께 온갖 번뇌 벗고 태백산을 오르게 해 달라고 기원하고
장군봉을 향했다.
유일사를 조금 오르니 이곳에는 엘러지꽃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저 멀리 맞은 편 함백산을 바라보며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의 주목이 태백산 가슴에서 어깨까지 군락을 이루며 신비스런 힘과 세월의 혼을 담고 어서 오라 나를 반긴다.
뒤로 함백산을 바라보며
09:30
드디어 태백산 주봉 장군봉에 섰다.
장군봉(태백산. 1,567m) 정상의 장군단
태백산의 어원은, 하늘의 빛이 내려지는곳이라 해서 우리말로 '밝음의 원천'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장군단은 태백산 최고정상 장군봉에(1,567m) 있지만 남쪽 약300미터 아래의 영봉 정상에 세워진 천왕단에 비해 규모가 조금 작으며, 천왕단은 고대문헌에도 등장하며 역사적 가치가 있지만, 이곳 장군봉의 장군단은 후세에 인위적으로 쌓은 것으로 특별한 역사적 가치는 없다고 한다.
장군봉에서 바라 본 문수봉
장군봉에서 바라 본 천제단
태백산 정상 장군봉에서 천제단에 이르는 300m 구간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철쭉 군락지이다.
천제단에서 바라 본 장군봉과 장군단
09:45
천제단에 도착. 거석에 태백산의 세글자가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천제단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눈앞에는 부쇠봉과 문수봉 그리고 저 멀리는 태백시가 전망되고 함백산 그 너머 1,000m가 넘는 산, 산, 산의 고봉이 안개에 묻혀 동양화처럼 눈 앞에 머리를 내밀고 있다.
태백산 영봉 천왕단
태백산에는 장군봉에 "장군단"과 영봉의 천왕단, 그리고 영봉 아래에 또 하나의 규모가 작은 "하단"이 있는데, 이 모두를 천제단이라 부르지만, 영봉에 세워진 천왕단의 규모가 제일 크고, 일반적으로 천제단이라 하면 영봉의 천제단인 천왕단을 일컷는 말이다.
영봉에 있는 천왕단의 규모는 둘레 27m, 폭8m, 높이 3m의 규모로 약 20여평이 되며 올라가는데 아홉 개의 계단이 있어, 구령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천제단 안에 제단위에 씌어 있는 "한배검"이란 말은 대종교에서 '단군'을 높여서 부르는 말로 "한"은 크다. 위대하다. 라는 순 우리말이고 "배"는 '밝다' '지혜롭다'라는 순 우리말이며 검은 신(神)의 순 우리말로서 고 '위대하신 밝은 지혜를 가진 우리 하느님'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환단고기>에 보면 '5세 단군 구을(丘乙)임술 원년에 태백산에 천제단을 축조하라 명하고 사자를 보내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는 기록으로 보면, 천제단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천제(天祭)를 지내던 곳으로 역사가 2,000년이 넘었다.
원래 태백산의 최고봉은 장군봉이지만
장군봉에는 정상석이 없고, 1,567m의 장군봉보다 6m가 낮은 1,561m의 영봉 천왕단 아래에 사람의 키보다 두 배나 됨직한 거대한 정상석이 서 있고 정상석 아래에 고려시대 문인 안축 (安軸)선생의 시가 쓰여 있다.
태백산에 오르다 (登太白山)
근제 안 축 지음
긴 허공 곧게 지나 붉은 안개 속 들어가니 (直過長空入紫烟)
최고봉에 올랐다는 것을 비로소 알겠네 (始知登了最高賞)
동그랗고 밝은 해가 머리위에 나직하고 (一丸白日低頭上)
사면으로 뭇 산들이 눈앞에 내려 앉았네 (四面群山落眼前)
몸은 날아가는 구름 쫓아 학을 탄 듯 하고 (身逐飛雲疑駕鶴)
높은 층계 달린 길 하늘의 사다리 인 듯 (路懸危 似梯天)
비온 끝에 온 골짜기 세찬 물 불어나니 (雨餘萬壑奔流張)
굽이도는 오십천을 건널까 걱정되네 (愁度榮回五十川)
10:25
생각 같아선 부쇠봉과 문수봉을 거쳐 당골로 내려가고 싶지만, 일정상 부득하게 망경사를 거쳐 당골로
날곳으로 정하고 발길을 놓는데 망경사 닿기 전 생각치도 않게 단종비각이 있어 어제 영월에서 살펴본 단종애사가 되살아난다.
지금의 비각은 1955년 다시 지어진 것이며 비각 안에는 "朝鮮國太白山端宗大王之碑"라는 비가 서 있다.
망경사는 해발 1470m에 위치한 절로 망경사 용정의 샘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샘이며
우리나라 100대 명수 중 으뜸이라 한다.
그 물로 내 안의 옳지 못한 모든것을 씻어낼 양으로 넉넉히 물을 마시고 집에서 나를 기다릴 아내에게
용정의 물을 선물하기 위해 물 한 통을 배낭에 넣었다.
엘러지 꽃
11:00
반재에 이르니 당골에서 올라오는 등산인파가 많이 늘었고 야생화를 사진에 담느라 야단들이다.
당골에서 코스는 아마 당골3교에서 반재까지 오르막길이 여간 힘이 들지 않는 코스다.
힘들게 오르는 분들께 여유로운 인사를 나눈다.
문수봉 골짜기에서 당골3교로 내리는 계곡물은 수량도 풍부하여 물 내리는 소리가 골짜기를 울릴
정도이며 새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등산객의 숨소리가 당골짜기를 넘친다.
이곳 역시 당골 3교에서 당골 입구까지 도로가 넓어 걷기에 편하고 생각할 수 있음에 좋은 길이다.
단군성전
당골 만덕사
태백산 서낭당
태백산을 돌아보며
12:00
당골 매표소 입구 도착
근처 식당에서 곤드레 나물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들고
13:25
태백 터미널 행 버스 타고 태백시내로 돌아와
14:20
동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태백산행 후기-
살아가면서 나의 여정에서 어디쯤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궁금해 질 때가 있다.
이런 날이면 나는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곤 한다.
이번 길은 강원도 영월에서 단종애사를 둘러보고 태백으로 가서 태백산을 오르기로 했다.
태백산은 해발 1,567m 이며 남한에서 일곱 번째 높은 산이다.
천제단이 있는 영봉을 중심으로 장군봉(1567)·문수봉(1517)·부쇠봉(1546)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거대한 능선을 이룬다.
태백산은 장엄한 풍모를 갖추고 있으나 암벽이 적고 능선이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오를 만해 4~5시간 정도면 들머리에서 천제단을 거쳐 하산할 수 있어 가족산행지로도 적격이다.
태백산의 어원은, "하늘의 빛이 내려지는곳."이라 해서 우리말로 '밝음의 원천'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해발 1,200m의 지천으로 피어나는 야생화의 물결은 기분 좋은 산행을 만들고
1,200m~1,400m의 주목군락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의 주목 군락지는
생과 사,
영과 육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을 연출하여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태백산은
어느 산과는 달리 정상 부근이 오름이 없이 펑퍼짐한 지형으로 태백산이 지닌 넉넉한 산심을
볼 수 있음과
아울러,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 그리고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의 발원지고,
백두대간 남북의 중심이 이곳이며
부쇠봉에서 소백산맥이 시작하여 남서쪽으로 흘러내린다.
이번 산행으로
내 안에 太白의 영기와 정기를 듬뿍 받아 마음과 정신을 평안케 하고,
龍井의 정갈한 샘물로 내 안과 밖의 냄새 나는 모든 것을 씻어버림으로
미지의 나의 여정이 옳고 곧은 길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태백산행을 마친다.
2010.5.20. 雨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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