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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피어서 향기가 진한 꽃이 시들어서도 향기롭다/김동규

    피어서 향기가 진한 꽃이 시들어서도 향기롭다 김동규 산다는 것이 시들어가는 것임을 알면서도 내 몸은 이날까지 향기 한 줌 없는데 꽃은 지는 일을 알리도 없으련만 봉우리 피어나며 향기부터 머금는다 창가에 걸려있는 마른 꽃다발 속에 장미와 안개꽃과 국화 몇 송이, 하나같이 아름답던 색색의 저 꽃들이 지금은 모두다 창백하게 부서져도, 가을 한 철 풍미하던 국화 향기는 봄에도 때로는 가을바람으로 불어 문득문득 가슴에는 가을이 찾아오고 피는 날 그 향기 진했던 꽃이 시들어도 저렇듯, 향기로운 것이거늘 내 기억, 너에게서 시들어 간 자리, 어느 꽃 마른 향기 되어 나는 걸리게 될까 너에게 어느 계절, 꽃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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