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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사랑했다는 사실 / 이생진

사랑했다는 사실 / 이생진
 

사랑에 실패란 말이 무슨 말이냐
넓은 들을 잡초와 같이
해지도록 헤맸어도 성공이요
 
맑은 강가에서
송사리 같은 허약한 목소리로
불러봤다 해도 성공이요
 
끝내 이루지 못하고
혼자서만 타는 나무에 매달려
가는 세월에 발버둥쳤다 해도 성공이요
 
꿈에서는 수천 번 나타났다
생시에는 실망의 얼굴로 사라졌다 해도 성공이니
 
기뻐하라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라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더없이 아름답고 숭고하고 위대한 것이지요.

비록, 그 사랑이 합일에 이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함께 가지를 못했더라도 그것이 ‘사랑의 실패’일 수 없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잡초’처럼 들판을 헤맨 사랑은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것입니까.

‘강가’에서 송사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사랑의 이름’을 부르던 날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살아남는 것일까요.

사랑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것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