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면
겨울이 가면
동화사 여승의 속마음보다 더 붉은
징한 정
남기고
동백,
너는
따스한 날 고드름처럼
뚝
떨어지겠지.
그리하여
여자만(汝自灣) 부드러운 손길에
재석산은
울고
허상의 눈 대신
실체의
비가 내리고
이제는
누구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나이인데,
저벅저벅
겨울이 가면
그래도
내 안을 비워 두기는
해야겠지.
-시작노트-
어렸을 적,
고향 제석산의 동화사 절 뒤뜰 동백은 유난히 푸르고
동백꽃은 눈시리게 붉어 슬펐다.
남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봄 바람은
남해바다를 지나 여자만에 머물며 얼은 제석산을 녹이고
봄비로 냄새나는 내 마음을 씻으면
누군가 머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