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名詩 감상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 우체국에 무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 는지도 모른다

'名詩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록 - 서정주  (0) 2023.06.19
오월의 노래  (0) 2023.05.17
3월 - 오세영  (0) 2023.03.20
술보다 독한 눈물 - 박인환  (0) 2023.02.24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4) 202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