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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깃발 - 유병운

 

 

 

 

 

깃발

 

 

 

남들은

불전(佛殿)에 엎드려 절도 잘

하드마

 


나는

그렇지 못하고 덧없이 나이 들고

낙엽만 날려


 

그대에게

부탁하나 하겠소.

 

 

어느 날

 숨 쉬지 않거든

 


삭신

태워

날리운 곳에 깃발 108개 날리게 해주오.

 

 

살며

살다

얽매이지 않고 살 수 없어

 


견혹(見惑)

사혹(思惑)

헤어나지 못했는데,

 

 

주인 없는 깃발

바람에 날리고 날리우다 덧없이

삭아지듯

 


생전

헤어나지 못한 번뇌

그렇게라면 끊어지지 않을까.

 

 

나도

그대

원하면 그렇게 해 드리리니


 

그대

그런 날 오거든

 


 

뿌린

남향에 무심히  108개 꽂아 주오.

 

 

- 시작노트 -

 

 만추(晩秋)라 그런지 날리는 낙엽에 문득 백팔번뇌(百八煩惱)를 생각하다.

 

견혹 : 후천적인 문제 - 분별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번뇌

사혹 : 선천걱인 문제 - 훈습적 감정으로 일어나는 번뇌 

 

훈습 - 좋은 향을 배게 하면 그 향기가 풍기게 되는 것처럼 신체와 언어, 마음으로 노력하면

그것이 마음에 잔류하게 됨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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