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의 詩 -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山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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