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았습니다
한 용 운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 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려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지내는 연기인 줄을 알았습니다.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을 아래에 담아본다.
문득 우리 역사상 사상 초유로 불교계가 최고 권력을 장악했던 고려 공민왕과 신돈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들어보았는가?
‘수정이순논도섭리보세공신 벽상삼한삼중대광 영도첨의사사사 판중방감찰사사 취산부원군 제조승록사사 겸판서운관사(守正履順論道燮理保世功臣 壁上三韓三重大匡 領都僉議使司事 判重房監察司事 鷲山府院君 提調僧錄司事 兼判書雲觀事)’.
공민왕이 신돈에게 전권을 주면서 봉한 관직명이다.
역사 또한 문외이기에 뜻조차 난해한 관직명이나 <고려사 열전>에 기록하듯이 왕의 사부(師父)로서 왕권에 버금하는 무
한한 권력을 의미했음만은 분명하다.
역사는 또한 기록한다.
공민왕과 신돈은 스스로 개혁의 대상이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인위적인 개혁을 표방하고 추진하였으나
일시적인 백성들의 호응만을 뒤로 한 채 고려의 몰락과 진정한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의 부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오늘날로 치자면 이른바 백성들의 일시적 인기만을 등에 업고 반대세력을 숙청했다가
결국엔 역사의 순리를 거스르지 못하고 몰락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Populisme)의 과오를 범하고 만 것이다.
결과는 신돈과 공민왕의 몰락에서 그치지 않고
고려의 몰락과 조선 건국을 초래했다는 사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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