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손길
한용운
님의 사랑은 강철을 녹이는 불보다도 뜨거운데
님의 손길은 너무 차서 한도(限度)가 없습니다
나는 이세상에서 서늘한 것도 보고 찬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님의 손길 같이 찬것은 볼 수가 없습니다.
국화 핀 서리 아침에 떨어진 잎새를 울리고 오는
가을 바람도
님의 손길 보다는 차지 않습니다
달이 작고 별에 뿔나는 겨울 밤에
얼음 위에 쌓인 눈도 님의 손길 보다는 차지 못합니다.
감로(甘露)와 같이 청량한 선사(禪師)의 설법(說法)도
님의 손길 보다는 차지 못합니다
나의 작은 가슴에 타오르는 불꽃은
님의 손길이 아니고는 끄는 수가 없습니다.
님의 손길의 온도를 측량할 만한 한난계(寒暖計)는
나의 가슴밖에는 아무데도 없습니다
님의 사랑은 불보다도 뜨거워서 근심산(山)을 태우고
한(恨)바다를 말리는데
님의 손길은 너무도 차서 한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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