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名詩 감상

먼길 / 문정희

먼길 / 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
생각해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 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를 발음해본다

 

'名詩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은 그대 쪽으로 /기형도  (0) 2008.04.03
꽃의 소묘/김춘수  (0) 2008.03.13
연가(戀歌) / 김기림  (0) 2008.02.19
바다와 나비/김기림  (0) 2008.02.09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0) 2008.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