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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충북 여행

(옥천) 가을에 찾아가는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가을에 찾아가는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언제 : 2019년 9월 29일 일요일

어디 :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39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가수 이동원과 성악가 박인수씨가 부른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항상

가슴 속에 머물던 옥천 정지용 생가를 찾아간다.

 

옥천 버스터미널에서

가을 내음 진한 길 따라 약 2.5km 걸으면  

 ‘향수'를 새겨 놓은 시비와 생가 안내판이 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

정지용 생가이다.

 

사립문을 들어서면

우물과 장독 그리고 위채와 아래채가 있는데

위채의 큰방에는 한약 보관함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부친께서 한약을 취급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어른 서너 명이 앉으면 꽉 찰만한 작은 방과 부엌이 있으며

아래채는 창고와 헛간이 있는

서울 유학 생활을 하고, 일본 유학을 한 정지용에 삶에 비해

초라한 생가이다.


 

옥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정지용 생가 가는 길

 

 

김장용 가을 무우밭

 

 

거미와 누런 들

 

 

어느 집 대추가 익어간다

 

 

옥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약 20분 걸으면 정지용 생가 간판이 보인다.

 

 

정지용 생가터 비와 향수 시비

 

 

 

 

 

 

정지용 생가

정지용의 본래 생가는 1974년에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다른 집이 들어섰으나,

1996년 7월 30일에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다

 

 

위채

 

 

큰 방

 

 

작은 방

 

 

부엌

 

 

아래채

 

 

정지용 생가 흙담 위 박꽃과 박

 

 

 

 

물레방아


  


 

  

정지용 생가 옆에는

정지용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고 대표적인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상하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정지용문학관이 있다.

문학전시실은 테마별로 정지용의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지용연보, 지용의 삶과 문학, 지용문학지도,

시·산문집 초간본 전시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 향수는

 정지용이 일본에 유학갈 때 고향을 그리며 쓴 시로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하였다.

한가로운 고향의 정경을 통하여 한 폭의 풍경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그의 모더니즘 시의 대표작이다.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사진 중앙 하단 붉은 터의 초가집과 하얀 줄무늬 지붕

 

 

정지용 문학관과 동상

 

 

 

 

 

 

 

 

 

 

 

 

 

 

 

 

 

 

정지용(溶)의 삶과 활동


1902년 6월 20일(음력 5월 15일) 충청북도 옥천() 하계리()에서

약상()을 경영하던

 정태국()과 정미하()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9세 때인 1910년 옥천공립보통학교(지금의 죽향초등학교)에 입학하였고,

12세 때인 1913년 동갑인 송재숙과 결혼했다.


17세 때인 1918년

서울로 올라와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다.

휘문고보에 재학하면서 박팔양 등과 동인지 ≪요람()≫을 발간하였으며,

1919년 3ㆍ1운동 당시에는 교내 시위를 주동하다가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1919년에 창간된 월간종합지 ≪서광()≫에 ‘3인’이라는 소설을 발표하였다.


1922년 휘문고보를 졸업한 뒤에 시작() 활동을 하였고,

휘문고보 출신의 문우회에서 발간한 ≪휘문()≫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1923년 휘문고보의 교비생으로 일본 교토[]의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였다.


대학에 다니던 1926년 유학생 잡지인 ≪학조()≫ 창간호에

 ‘카페 프란스’ 등 9편의 시를 발표하고,

그해에 ≪신민≫, ≪어린이≫, ≪문예시대≫ 등에 ‘다알리아(Dahlia)’, ‘홍춘(椿)’, ‘산에서 온 새’ 등의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1929년 도시샤 대학을 마친 정지용은 휘문고보의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1939년 2월 <문장>이 창간되고,

제3호부터는 신인을 추천하기 시작한다.

이때 소설은 이태준, 시는 정지용, 시조는 이병기가 신인 추천위원이었는데, 우연인지, 혹은 관계 때문인지

휘문고보 중심의 인맥이 구성된 것이다.

아무튼 이 시기에 정지용의 추천으로 등단한 것이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이라는

걸출한 청록파 시인들이다.


해방 이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의 교수가 되어 한국어와 라틴어를 강의하였고,

≪경향신문()≫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했다.

1946년 2월에 사회주의 계열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조선문학가동맹()의

아동분과 위원장으로 추대되었고, 그해에 시집 ≪지용시선()≫을 발간했다.

1947년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시경()≫을 강의하기도 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이화여대 교수를 사임하고,

지금의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초당을 짓고 은거하며 ≪문학독본()≫을 출간했다.

이듬해인 1949년 2월 ≪산문()≫을 출간했으며, 6월 국민보도연맹()이 결성된 뒤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했던 다른 문인들과 함께 강제로 가입되어 강연 등에 동원되기도 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김기림(). 박영희() 등과 함께 서대문형무소에 수용되었다.

이후 북한군에 의해 납북되었다가 사망하였다.

사망 장소와 시기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데, 1953년 평양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발행하는 ≪통일신보≫는

1993년 4월에 정지용이 1950년 9월 납북 과정에서 경기도 동두천 인근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지용의 문학세계

정지용은 1930년대에 이미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당시의 시단()을 대표했던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크게 세 시기로 특징이 구분되어 나타난다.

첫 번째 시기는 1926년부터 1933년까지의 기간으로, 이 시기에 그는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이미지를 중시하면서도 향토적 정서를 형상화한 순수 서정시의 가능성을 개척하였다.

특히 그는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다듬은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여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을 받고 있는 ‘향수’(조선지광, 1927)가 이 시기의 대표작이다.


두 번째 시기는 그가 ≪카토릭청년≫의 편집고문으로 활동했던 1933년부터 1935년까지이다.

이 시기에 그는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둔 여러 편의 종교적인 시들을 발표하였다.

 ‘그의 반’, ‘불사조’, ‘다른 하늘’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이다.


세 번째 시기는 1936년 이후로, 이 시기에 그는 전통적인 미학에 바탕을 둔 자연시들을 발표하였다.

‘장수산’, ‘백록담’ 등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자연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하여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해서

산수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집으로 ≪정지용 시집()≫(시문학사, 1935), ≪백록담(鹿)≫(문장사, 1941),

 ≪지용시선()≫(을유문화사, 1946)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문학독본()≫(박문서관, 1948)과 ≪산문()≫(동지사, 1949)이 전해진다.

그리고 이들 단행본에 실리지 않은 시와 산문들도 모아서

1988년 민음사에서 ≪정지용 전집()≫이 시와 산문으로 나뉘어 2권으로 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