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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바투 동굴(Batu Cave)과 물루간 황금象(2)

바투 동굴(Batu Cave)과 물루간 황금象

 

15:30

 

드디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바투 동굴에 도착했다. 멀리서 석회암 산이 색다르게 보여

저기쯤 바투동굴이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나의 예감을 벗어나지 못한다.

 

바투동굴과 물루간 황금상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60%)·중국계(30%), 그리고 인도계와 원주민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중국계는 19세기 주석을 캐기 위해 중국 본토에서 건너왔고, 인도계는 비슷한 시기 영국이 야자나무 농장에서 일할 일꾼으로 투입했던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콸라룸푸르는 오히려 중국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밀림이었던 이 지역에 주석을 캐기 위해 몰려들었던 중국인들이 마을을 형성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콸라룸푸르는 도시 역사가 150여년에 불과하지만 볼거리가 적지않다.

대표적으로 인도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큰 힌두사원이 있는 바투동굴이 꼽힌다. 바투동굴은 콸라룸푸르에서 북쪽으로 약 13㎞ 떨어진 작은 산에 자리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주류를 이루는 국가의 심장부에서 힌두사원이 가장 인기있는 관광코스란 점이 아이러니다. 그러나 이유가 있다. 우선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높고, 바투동굴만이 가진 특징 때문이다. 1891년 인도에서 건너온 힌두교도들이 사원을 세운 바투동굴은 이후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열리는 타이푸삼(Thaipusam)으로 인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타이푸삼은 타이(Thai)와 푸삼(pusam)의 합성어.

타이는 힌두교도의 신성한 달인 1월 15일에서 2월15일까지, 푸삼은 보름달이 뜨는 날을 가리킨다.

3일 동안 진행되는 타이푸삼의 절정은 달이 가장 높이 뜨는 날 고행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의식이다.

침·꼬챙이·갈쿠리 등을 이용해 신체 각 부위를 찌른 후 행진하는데 이처럼 힘겨운 고행 속에서도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더욱 특이한 점은 최대 수십개의 꼬챙이를 꽂았음에도 피가 거의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굴 입구에는 3년 전 세워진 50m 높이의 거대한 금빛 조형물이 버티고 있다. 힌두교 시바파의 최고신 시바의 둘째 아들로 힘·전쟁·파괴를 관장하는 물루간이다. 하지만 파괴 등과 같은 공포스러운 이미지와 딜리 표정 만큼은 더없이 평화스러워 보인다.

물루간을 지나면 동굴로 오르는 계단이 시작된다.

계단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왼쪽부터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한다. 또한 계단은 모두 272개로 각 계단마다 1부터 272까지 숫자가 새겨져 있다.

힌두교 교리에 따르면 272는 인간이 태어나 지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죄의 숫자이다.

과거의 계단은 지었던 죄에 대한 용서를 빌고, 현재·미래의 계단을 통해 앞으로 지을 수 있는 죄를 경계하라는 의미다.


 

바투 동굴은 3개의 주요 동굴과 작은 여러 동굴로 이루어 있다.

가장 큰 동굴은 사원동굴로 길이 400m, 높이 100m로 중앙 동굴이며,

그 옆에 많은 힌두 벽화가 있는 갤러리동굴(Gallery cave),

수많은 동굴 생물이 서식하는 다크 동굴(Dark cave)이 있다.

중앙동굴 천정은 크고 작은 구멍이 뚫러있어 그곳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와 신비로움을 더한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동굴 입구에 이른다. 자비스러운 얼굴의 시바상을 지나면 광장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커다란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다. 천장까지 높이가 100m에 이르는 거대한 석회암 동굴이다. 아래로 쭉쭉 늘어진 종유석은 메말라 단순한 돌기둥처럼 보이는 것이 아쉽다. 대신 곳곳에 세워진 힌두신의 형상과 힌두 신화를 그린 벽화가 화려한 장식처럼 늘어서 있다.

동굴광장을 지나 계단을 다시 오르면 또다른 동굴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천장이 뻥 뚫려 있어 하늘에서 광선이 바로 내려온다. 역시 힌두교와 관련된 예배단 등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바투동굴 관람을 더욱 재미있게 해주는 것는 야생 원숭이이다. 이들은 사람이 어색하지 않은듯 오히려 길목에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놈들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나 음료수를 받어먹는 것을 넘어 오히려 어린아이들을 보면 빼앗으려고 덤기기도 한다. 이를 쫓으려 무력을 사용하면 떼로 덤벼들기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다.

 

▲ 바투동굴 내부

 

영국 식민지 시절 엄격한 계급사회를 벗어나 고무농장 일꾼으로 이주한 인도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찾았는데, 이제는 해외토픽에 소개될 만큼 유명한 힌두교의 성지가 되었다고 한다.

▲ 물루간의 동상 앞을 지나는 고행자

 

타이푸삼은 어떤 축제인가? 

세계 어느 민족이나 그들 고유의 축제가 있고 그 축제는 신이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중심이 되지만 대부분 춤을 추고 노래하며 노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타이푸삼은 분명 다른 의미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춤을 가장 잘 추는 민족의 하나인 힌두교도들의 축제라고 하여 춤을 추며 노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이 사람들은 타이푸삼을 맞으면 춤을 추는 대신 자신의 몸에 바늘을 꽂거나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고행을 한다.

이 축제 또한 힌두신화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런 교훈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힌두교의 많은 신(神) 중 스리 마하마리암만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남 카나바다는 똑똑하지만 게을렀으며 차남 물루간은 순수하고 우직한 성격이었다.

어느 날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두 아들에게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세 바퀴 돌고 오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고 성실한 차남 물루간은 지구를 세 바퀴 도는 고행을 떠났으나 장남인 카나바다는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었다.

집에서 놀고만 있는 카나바다를 본 스리 마하마리암만이 꾸짖자 카나바다는 재빨리 어머니 곁을 세 바퀴 돌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어머니라고 말하였다. 이 말에 감동한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카나바다에게 권력을 물려주었다.

한편 차남인 물루간은 오랜 세월 지구를 세 바퀴 도는 고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모든 권력은 이미 형에게 물려진 뒤였다. 이런 상황에 상심한 물루간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바투 동굴에 들어간 후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늦게 어머니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경솔한 행동을 한 자신을 반성하고 물루간을 만나기 위해 바투 동굴을 찾았으나 물루간은 1년에 한 번씩만 만나 주었다. 그 날이 바로 '타이푸삼'이다.

타이푸삼은 타이와 푸삼의 합성어인데 타이는 1월 15일~2월 15일까지의 한 달을 말하며 힌두교에서는 이 기간을 신성한 달로 여긴다. 그리고 푸삼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란 뜻이다. 

고통체험

▲ 등에 낚시바늘로 연결된 오렌지를 단 고행자


타이푸삼이 되면 참배를 위해 272계단을 올라 이 동굴에 이르는 진풍경을 직접 볼 수 있다. 수만 명의 신도들이 노천에서 밤을 새우며 기도를 하고 낮이 되면 전국에서 백만 명 이상의 참배객이 모인다고 한다.

고행자들은 자신의 뺨과 혀에 긴 바늘을 꽂거나 등에는 맨 피부에 낚시 바늘을 꽂아 오렌지를 매달고 272계단을 오른다.

일반 신자들도 계단을 오르는 고행을 하는데, 머리를 완전히 깎은 다음 노란색의 옷을 입은 다음 맨발로 계단을 오르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젊은 부부는 어린애기를 막대기에 걸친 포대기에 담아 함께 어깨에 메고 오르면서 자녀가 무사히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카바디'라는 고행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구조물을 어깨에 메고 가는 신자들은 아주 정교하게 장식한 금속이나 나무 아치의 카바디를 어깨에 메고 철사 혹은 못으로 카바디와 자신의 몸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과 어린이는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올라가는데 이 또한 동굴 안에 있는 작은 물루간 상을 샤워하기 위함이다.

처음 찾는 사람들은 다소 엽기적인 이런 모습에 놀라고 이들 또한 과장되게 고통스런 표정을 짓기 때문에 무척 놀라게 된다. 또 한 가지 색다른 것은 이날 수많은 거지들이 모여 그 중요한 축제장에 일렬로 앉아 있는 풍경이다.

이렇게 모인 거지들을 쫓아내지 않고 작지만 일일이 돈을 나누어 주는데, 고통을 나누고 사랑을 베푸는 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타이푸삼'은 말로 아부를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라는 의미도 있고 자신 또한 세 치 혀로 남을 현혹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자신의 마음 속에 각인시키는 날이다. 즉, 남의 고통을 체험하면서 참회와 감사를 통해 자아를 찾으려는 신성한 축제가 '타이푸삼'인 것이다. 

 

바투동굴의 272계단과 물루간의 象

계단앞에 서 있는 문위에 있는 힌두象

 문제의 원숭이 무리 중 우두머리가 거만하게 앉아 나의 마음을 뚫어보려 한다.

동굴에 서 있는 힌두 신상 

바투동굴 내부의 천정 

동굴 내부의 벽 

272계단을 오르면 또 동굴안에 저 멀리 또 다른 계단이 있다. 

중앙동굴의 힌두사원에서 의식을 행하고 있고, 동굴 천정에는 하늘로 통하는 구멍이 있다. 

중앙동굴안에서 더 들어가면 또 다른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오르면 겔러리 동굴이 있다.

겔러리 동굴 천정에도 하늘로 통하는 구멍이 있다. 

 

 

머리와 가슴은 여인이고 가슴 아래는 소가 된 여인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물루간 황금상이 세워진 이래 아직 한 번도 앉지 않아 얼마나 다리가 아플까?

잠은 또 서서 자는 걸까?

궁금하여 바로 아래에 서서 물어보니 말없이 멀리만 바라보고 있다.

아마

한국말을 못 알아 듣나 보다.

 

지독히 더우리라 생각했던 둘째 날의 여행도 구름이 많이 끼어 햇살이 뜨겁지 않아 견딜 만 했다.

여행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신기하리만큼 스콜도 내리지 않고 햇볕도 나지 않아 여행하기에 이렇게

좋은 날은 별로 없단다.

그곳에 생활하는 사람에겐 그럴지라도 사계절의 우리와는 상관없이 땀 나고 후더운 것이

세상 사는데 어느 것 하나 편한 것 없다.

그러나

보고 싶었던 바투동굴을 직접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어떤 사람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여행은 가치가 있는 것이고,

나의 경험을 내 이웃에게 알려주는 것 또한 가치 있음이다.

 

다음은

그렇게 올라보고 싶은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Petronas Twin Towe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