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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편지/오세영

편지/ 오세영

 

 

 

 

나무가
꽃을 틔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 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꽃잎, 우표 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 저무는 꽃 그늘 아래서
오늘은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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