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나의 벗이 몇이나 있느냐 헤아려 보니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다. 게다가 동쪽 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로구나. 그만 두자, 이 다섯 가지면 그만이지 이 밖에 다른
것이 더 있은들 무엇하겠는가?
[水] 구름의 빛깔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가 맑게 들려 좋기는 하나,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끊어질 적이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石]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곧
져 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르러지자 곧 누른 빛을 띠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松]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날씨가
추우면 나무의 잎은 떨어지는데, 소나무여, 너는 어찌하여 눈이 오나 서리가 내리나 변함이 없는가? 그것으로 미루어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쳐 있음을 알겠노라.
[竹]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 또 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 저리하고도 네 계절에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月]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바추니 한밤중에 광명이 너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느냐?(없다)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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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가 56세 때 해남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산중신곡(山中新曲)》 속에 들어 있는 6수의 시조로,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을 다섯 벗으로 삼아 서시(序詩) 다음에 각각 그 자연물들의 특질을 들어 자신의 자연애(自然愛)와
관조를 표백하였다. 이는 고산 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으로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어 시조를 절묘한 경지로 이끈
백미편(白眉篇)이다.
[서사] '오우가(五友歌)'의 서시로서, 초, 중장은 문답식으로 다섯 벗을 나열하였다. 자연과 벗이 된
청초하고 순결한 자연관을 고유어의 조탁으로 잘 표현하였다 '또 더?態? 머엇?糖?'에서 작자의 동양적 체관(諦觀)을 발견할 수 있다.
[水] '오우가(五友歌)' 중 물의 영원성을 기린 노래이다. 구름과 바람은 가변적(可變的)이요 순간적(瞬間的)이라 한다면,
물은 영구적(永久的)이다. 물은 구름이나 바람과 달리 깨끗하고 항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산이 좋아하는 자연이 되고 있다.
[石] '오우가(五友歌)' 중 바위의 변하지 않는 생명성을 찬양한 노래이다. 꽃이나 풀이 가변적이고 세속적이라 한다면,
바위는 영구적이요 철학적이다. 꽃이나 풀이 부귀 영화의 상징이라면, 바위는 초연(超然)하고 달관한 군자의 모습이다.
[松] '오우가(五友歌)' 중 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름에서 꿋꿋한 절개를 느껴 찬양한 노래이다. 소나무는 역경에서도 불변하는
충신 열사(烈士)의 상징으로 여긴다. 여기에서도 절의의 상으로서의 소나무를 칭송하면서, 자신의 강직한 고절(高節)을 나타내었다.
[竹] '오우가(五友歌)' 중 대나무의 푸름을 찬양하여, 아울러 그가 상징하는 절개를 나타낸 것이다. 대나무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옛 선비들의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月] '오우가(五友歌)' 중
달(竹)을 노래한 것인데, 달이란 작은 존재로 장공(長空)에 홀로 떠서 세상만 비출 뿐 인간의 미, 추, 선, 악을 꼬집지도 헐뜯지도 않아
좋다고 했다. 이는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치 않았다고 해서 반대파들로부터 논척을 받고 영덕에 유배되기까지 한
고산(孤山)으로서는 말없이 장공에 떠서 보고도 말 아니하고 오직 세상만 골고루 비춰 주는 달만이 벗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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