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226)/ 영국
폰트치실트 다리와 운하(Pontcysyllte Aqueduct and Canal; 2009)
웨일스 북동부의 렉섬 카운티보로(Wrexham County Borough), 덴빅셔 카운티(County of Denbighshire),
오스웨스트리 자치구(Borough of Oswestry), 슈롭셔 카운티(County of Shropshire)에 있는 18㎞ 길이의 폰트치실트 운하는 산업 혁명 시기 토목공학 기술이 만든 걸작으로 19세기 초에 완성되었다.
견고하고 과감한 토목 기술을 사용하여 까다로운 지형에 건설된 운하는 잠금 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폰트치실트 수도교는 선도적인 걸작이자 기념비적인 금속 건축물로 토목 기술자 토머스 텔퍼드(Thomas Telford)가
설계하였다. 특히 주철(鑄鐵)과 단철(鍛鐵)을 사용해 만든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아치는 전체적으로 다리를 기념비적이고 우아하게 보이도록 한다. 폰트치실트 다리와 운하는 창의적 천재성을 보여주는 걸작으로서 그리고 유럽에서
이미 확립돼 있던 전문기술의 놀라운 종합으로서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폰트치실트 다리와 운하는
혁신적인 앙상블로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많은 토목공사에 영감을 주었다.
1790년대에 체스터(Chester)와 머지(Mersey) 강을 세번(Severn) 강과 미들랜드 운하망에 연결하기 위하여
엘즈미어(Ellesmere) 운하가 기획되었다. 공사는 공학자 윌리엄 제솝(William Jessop; 1745~1814)의 감독 하에
한 개인 기업이 맡아서 진행하였다. 엘즈미어 중앙에서 3개의 운하를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디(Dee) 강과 세리오그(Ceiriog) 강 계곡 및 웰시(Welsh) 산의 구릉지대에 있는 물과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석탄과
석회석이 필요하여 이쪽 방향으로 네 번째 구간에 대한 계획이 추가되었다.
이 공사는 1795년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유명한 계곡들이 들어서 있는 세리오그 강과 디 강을 가로질러 디 강 북쪽과
엘즈미어 운하를 연결하는 데는 두 가지 큰 장애물이 있었다. 1793년부터 제솝은 이 새로운 운하를 위해
토머스 텔퍼드(1757~1834)와 공동으로 작업하였다. 텔퍼드는 건축과 토목 공학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기술적 해법을
찾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탁월한 공학자이자 건축가였다. 그는 세번 강 위에 가로지르는 런던 수로교와 같은 몇 개의
주철교 건설에 참여함으로써 이미 명성이 있었다. 그는 또한 템스 강 위에 주철교를 놓자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같은 지역에서 그는 런던과 더블린을 잇는 도로를 건설하는 데도 채용되었다.
세리옥 강을 가로지르는 처크(Chirk) 수도교는 1795년에 제솝과 텔퍼드가 설계한 첫 번째 구조물이었다.
많은 논의를 거친 후 석조 구조물이 바람직한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곧이어 디 강 계곡을 가로지르는 것을 고려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계곡들은 더 넓고 깊어서 전통적인 방식의 수로를 만든다면 비용이 매우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주철교의 우수한 성능이 입증되기 시작한 때였다.
결국 텔퍼드가 제안한 주철교 공법이 채택되어 그의 감독 하에 건설 공사가 시작되었다.
1805년 11월 26일 트레버(Trevor)까지 가는 운하가 개통되었다. 호스슈 폭포까지 연결하는 운하 확장 공사는 1808년에
끝났다. 혁신적인 첨단 기술과 건축적인 과감성으로 인해 폰트치실트 수도교는 완공되자마자 유명해졌다.
완공 당시 폰트치실트 수도교는 탁월한 성공작으로 인정되었으며 공학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고 낭만주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나폴레옹 전쟁 말기에는 몇몇 외국 공학자와 학자가 이 수도교를 방문하였다.
폰트치실트 수도교는 토머스 텔퍼드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살아 있을 당시에 이미 주철교와 운하의 위대한 건축가로 인정받았다. 그는 1825년에 런던에 있는 영국 토목 학회[Institution of Civil Engineers] 초대 회장이 되었다.
텔퍼드와 그가 만든 폰트치실트 수도교는 19세기 초에 영국, 유럽 및 북미 등지에서 국제적인 운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텔퍼드는 스코틀랜드의 칼레도니아 운하[Caledonian Canal]와 스웨덴의 예타(Gota) 운하를 비롯하여 다른 유명한 운하 건설에도 참여하였다.
19세기 초반에 주변 지역에 미친 운하의 경제적 영향은 매우 컸으며 석탄 채굴, 금속 가공, 석회석 채굴, 석회 생산 등을
급속하게 발전시켰다. 운하는 웰시 산의 석판 채석장과 농업에도 도움을 주었다. 1815년에 수많은 자금이 앞을 다투어
투자되면서 운하는 이윤이 매우 많이 나는 사업이 되었다. 머시 강 및 미들랜드 전역, 그리고 멀리 런던까지 직접
연결됨으로써 운하 이용이 더욱 빈번해졌다. 다른 지역에서는 철도가 운하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아니지만
소규모 사설 노선을 통해 운하와 연결되는 기초적인 보조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상황이 달랐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지방의 중공업 성장이 감소되면서 대규모 화물 수송 체계의 활동 역시 급격하게 쇠퇴하였다.
상업 수송은 제1차 세계 대전 전에 보잘 것 없는 수준으로 몰락하였다. 산업이 지속되는 동안 주변 경관이 심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경관은 계속 목가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으며 계곡이 쾌적하였기 때문에 일찍이 1884년부터 운하 관광이
시작되었다. 20세기의 첫 30여 년 동안 운하 관광은 소규모 유람선 여행과 시골 지역 체험의 형태로 정형화되고
조직화되었다. 그러나 1930년대의 경제 위기와 뒤이은 전쟁으로 운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1944년에 엘즈미어 운하는 법령에 따라 사용이 중지되었지만 서쪽 지류는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랭골렌(Llangollen) 운하라는 이름으로 보존되었다. 그러나 수로는 배가 다니지 않으면서 환경이 열악해지고
더 이상 항해가 불가능해졌다. 1950년대 들어 유람선 관광에 즐거움을 주고 역사적인 산업 유산을 보존하려는 열정적인
역사가와 작가들의 노력이 운하를 되살리는 데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어 1960년대에 영국에서 관광이 발전하는 실질적
계기가 되었고 운하와 관리 업무의 복구에 기여하였다.
1954년부터 영국 수로 공사[British Waterways]가 이 운하에 배가 다닐 수 있게 관리해 오고 있다.
이 운하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자주 방문하는 관광지 중 하나이다. 19세기에 운하와 그 토목 구조물은
정기적으로 관리되었다. 구조적으로 어떤 것도 변경하지 않고, 다만 수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운하 양쪽 둑에 선창과 건물을 만들었다. 1866~1868년에는 처크 수로의 방수 시설 끝부분에 주철판을 덧대는 복구 작업이 이루어졌다.
폰트치실트 수도교는 금속 부품을 일부 교체하였으며, 1879년에 주철판으로 예선로(曳船路)와 연결되었다.
19세기 말에 운하를 통한 산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빨리 쇠퇴함에 따라 운하는 큰 변화를 겪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운하에는 산업 혁명기의 모습과 수로 수송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1945년, 1960년, 1982년, 1985년에 매립 옹벽이 붕괴되어 운하의 일부 지점에 강력한 보수 작업이 필요하였다.
이 작업은 수로의 완전성 유지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폰트치실트 수도교는
200주년을 기념하고 이 기술 유산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이 기울여져 완벽하게 개조되었다.
개조 작업은 주철판의 녹을 제거하고 결함 있는 금속 부품을 거의 같은 재료로 만든 같은 모양의 부품으로 교체하는 작업과 석조 교각 수리 작업, 수리 상태가 열악했던 예선로와 난간에 대한 완전 복구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폰트치실트 운하와 수도교는 영국의 운하 보존 정책에 영향을 주었고, 산업 혁명기 이후에 남겨진 유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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