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64) : 라오스 -1
루앙 프라방 시(Town of Luang Prabang; 1995)
루앙 프라방 시
라오스 북서부 메콩(Mekong) 강 유역에 있는 도시로 루앙 프라방 주의 주도이다.
동남아시아 전통 건축과 19~20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대 건축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곳으로
1995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메콩 강가에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들어선 루앙 프라방 시는
근대화의 폭풍이 휩쓸고 간 아시아에서 과거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도시로 꼽힌다.
14세기 란 상(Lan Xang) 왕국의 수도가 된 이래 라오스에 들어선 여러 왕국의 수도이자 종교 및 상업 중심지로
번성했으며, 1975년 왕정이 폐지될 때까지 라오스 왕이 머물렀던 유서 깊은 도시다.
루앙 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많은 전통 건축물과 유적들을 가지고 있다.
또한 19~20세기에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았던 흔적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라오스의 전통 건축물과 식민지 시대 건축물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다.
루앙 프라방의 문화유적들 중에
가장 화려하고 매력적인 것은 구시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불교 사찰들이다.
와트 아함(Wat Aham), 와트 마이 수반나푸마캄(Wat Mai Suwannaphumaham), 와트 마노롬(Wat Manorom),
와트 타트 루앙(Wat That Luang), 와트 비수나라트(Wat Wisunarat), 와트 시엥 무안(Wat Xieng Muan),
와트 시엥 통(Wat Xieng Thong) 등 수십 개에 달한다.
‘와트(Wat)’는 라오스 어로 ‘사원’이라는 의미이다.
가장 유명한 사원은 메콩 강과 칸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와트 시엥 통으로
전통적인 라오스 건축기법의 걸작품으로 꼽힌다. 1560년에 건립되었으며
색유리와 금으로 장식되어 화려하고 아름답다.
1821년에 건립된 와트 마이(Wat Mai)는
과거 라오스의 큰스님 프라 쌍카라즈(Phra Sangkharaj)가 머물던 곳으로 유명하다.
루앙 프라방 중앙에 위치한 푸시(Phusi) 산 정상에는
1804년에 건립된 타트 촘 푸시(That Chom Phusi)라는 사원이 있는데 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금으로 장식된 첨탑이 인상적이다.
푸시 산 끝자락 메콩 강가에 위치한 왕궁 박물관(Haw Kham)은
과거 왕궁이었다가 현재는 국립박물관으로 쓰이는 곳이다.
1975년 왕정이 폐지되기 전까지 라오스 국왕이 이곳에 머물렀다.
1909년에 완공되었으며, 화려한 왕관을 비롯한 란 상 왕조의 유물과 종교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루앙 프라방의 명물인 황금 불상이 소장된 곳으로 유명하다.
이 불상은 처음 스리랑카에서 만들어져 11세기에 라오스로 들어와 보물로 숭배되었으며
루앙 프라방이라는 도시 이름 자체가 이 불상에서 연유했다.
루앙 프라방은 ‘큰(루앙) 황금 불상(프라방)’이라는 의미다.
루앙 프라방; 라오스는 중국 남부에서 이주해 온 라오 족(Lao族)의 나라다.
13세기 초까지 루앙 프라방, 비엔티안, 참파싹 등 세 개의 왕국으로 나뉘어 성장하던 라오스는
전설적인 왕 파굼(Fa Ngum; 파응움이라고도 함)의 등장으로 그 역사가 바뀌게 된다.
1316년 루앙 프라방에서 태어난 파굼은 그의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가족들과 함께
인도차이나의 최강국 크메르 제국[Khmer Empire]으로 도망쳤다.
크메르 왕궁에서 자란 파굼은 이후 크메르의 공주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크메르 군대의 지원을 받은 파굼은 1350년 경 메콩 강 중류에 있었던 라오 족의 왕국들을 차례로 멸망시켰고,
1353년 란 상 왕국을 세워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란 상’은 ‘백만 마리의 코끼리’라는 뜻이었다.
‘무옹스와’에 수도를 정하고 란 상 왕국을 통치하던 파굼은 크메르 제국이 쇠약해지는 틈을 타서
자신의 왕국을 크메르로부터 독립시켰다. 이때부터 란 상은 라오스 역사상 최초의 통일 왕국으로서
그 유구한 역사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와트 시엥 통; 왕국의 수도이자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중심지였던 ‘무옹스와’는
몇 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 이름이 바뀌게 되는데 그 배경에는 실론에서 만들어진 황금 불상이 있었다.
‘프라방’이라 불리는 이 불상이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가 없다.
다만 1356년 실론에서 무옹스와로 옮겨졌고, 이때부터 프라방은 왕국의 수호불(守護佛)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수도의 이름도 무옹스와에서 ‘위대한 황금 불상’이라는 뜻을 지닌 ‘루앙 프라방’으로 변경됐다.
화려한 불교문화가 꽃피었던 도시답게 루앙 프라방은 수십 여 개의 사원으로 뒤덮여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원은 메콩 강과 칸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와트 시엥통(Wat Xieng Thong)이다.
루앙 프라방은 물론 라오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은
아래로 흘러내릴 것만 같은 지붕과 붉은 벽을 수놓은 섬세한 모자이크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1559년에 만들어져 1975년까지 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유지된 와트 시엥통은
루앙 프라방의 모든 사원 중에서 가장 많은 승려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와트 위순 나랏;
루앙 프라방에 현존하는 사원 중 가장 오래된 와트 위순나랏(Wat Wisunnarat) 역시 흥미로운 사원 중 하나다.
원래는 1513년에 지어졌지만 지금 있는 본당은 1896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재건한 것이다.
본당 맞은편에는 부처님의 유골 중 일부가 들어있는 반구형의 불탑이 있다.
불탑의 원래 이름은 ‘타트 파툼(연꽃탑)’이지만 윗부분이 수박같이 생겼다고 해서
‘타트 막모(수박탑)’라고도 부른다.
왕궁박물관
왕궁박물관은 원래 라오스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시사왕 웡(Sisavang Vong)’과 가족들이 살던 왕궁이었다.
유럽과 라오스 양식이 혼합된 이 왕궁은
이후 라오스 왕조가 무너지고 공산 정권이 들어오면서 1975년 박물관으로 개조됐다.
박물관 내부는 왕궁이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박하지만
전시되어 있는 왕가의 유품과 희귀 불상, 각종 예술품 등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역시 실론에서 건너온 황금 불상이다.
아직까지는 박물관 안에 보관되어 있지만
이 신성한 불상은 머지않아 자신만의 보금자리인 ‘호파방(Ho Pha Bang)’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왕궁박물관 입구 오른쪽에 위치한 이곳은 불상을 안치하기 위한 사원인데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왕궁박물관을 나오면 맞은편에 푸시(Phu Si)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꼭대기까지 가려면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황금빛 탑이 세워져 있는 정상에서는
루앙 프라방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감수한다.
푸시 산 정상에 세워져 있는 타트 촘시를 보며 인도차이나 반도 전역에 불고 있는
현대화ㆍ세계화의 열풍이 언제까지 이곳을 비껴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변화를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에서도 꿋꿋이 옛 모습을 지켜나가는 이 작은 도시의 고집과 자부심은
그 열풍에 쉽게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을 주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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