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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12월 - 오세영

 

 

 

 

 

 

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떼가 순천만습지 위로 날아오르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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