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名詩 감상

11월 - 오세영

 

 

 

11월


                                                              오세영


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게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名詩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리는 밤 - 유병운  (0) 2019.01.13
12월 - 오세영  (0) 2018.12.18
상사(想思)- 김남조  (0) 2018.10.11
9월 - 오세영  (0) 2018.09.13
여름밤 - 정호승  (0) 2018.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