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
한용운
「사랑이라는 것은 다 무엇이냐.
진정한 사람에게는 눈물도 없고 웃음도 없는 것이다.
사랑의 뒤웅박을 발길로 차서 깨뜨려 버리고 눈물과 웃음을 티끌 속에 합장(合葬)하여라.
이지(理智)와 감정을 두드려 깨쳐서 가루를 만들어 버려라.
그러고 허무의 절정에 올라가서 어지럽게 춤추고 미치게 노래하여라
그러고 애인과 악마를 똑같이 술을 먹여라
그러고 천치가 되든지 미치광이가 되든지 산송장이 되든지 하여라.
그래 너는 죽어도 사랑이라는 것은 버릴 수가 없단 말이야
그렇거든 사랑의 꽁무니에 도롱태를 달아라
그래서 네 멋대로 끌고 돌아다니다가 쉬고 싶거든 쉬고, 자고 싶거든 자고, 살고 싶거든 살고, 죽고 싶거든 죽어라.
사랑의 발바닥에 말목을 쳐놓고 붙들고 서서 엉엉 우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 세상에는 이마빡에다 〈님〉이라고 새기고 다는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연애는 절대자유(絶對自由)요, 정조(貞操)는 유동(流動)이요, 결혼식장은 임간(林間)이다.」
나는 잠결에 큰 소리로 이렇게 부르짖었다.
아아,
혹성(惑星)같이 빛나는 님의 미소는 흑암(黑闇)의 광선(光線)에서 채 사라지지 아니하였습니다.
잠의 나라에서 몸부림치던 사랑의 눈물은 어느덧 베개를 적셨습니다.
용서하셔요, 임이여.
아무리 잠이 지은 허물이라도 님이 벌(罰)을주신다면 그 벌을 잠을 주기는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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