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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저무는 빈들에서/정일근

 

저무는 빈들에서

                                         정일근

 

 

어둠 그 다음에는 무엇이 따라 오느냐
저무는 빈들에 서면 이내 아득한 바람
어디로 돌아가야 하느냐
세상 길은 끊어지고


풀들, 잡목들 자욱히 흐느낀다
빈말 빈몸으로 살아온 날들 뒤돌아보느니
이유도 까닭도 없이
속죄하고 싶다 사람아


마을의 먼 불빛들이 따스하게 다가오고
돌아가 누울 지상의 방 한 칸이 뜨겁다
꼬리에 불 밝힌 별 하나
서천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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