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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눈 길/고은

눈 길/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거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어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 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작가소개]
.고은(1933 ~  ). 전북 군산 출생.
.1952년 부터 10여년 동안 승려 생활함.
.1958년 『현대시』추천으로 문단에 데뷔
.1960년 첫시집 <피안감성>발표.
.이후 <해변의 운문집>,<문의 마을에 가서>,<조국의 별>,
.<만인보>,<백두산> 등 수십권의 시집을 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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