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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국보 및 보물)

외규장각 의궤 - 그 고귀함의 의미 -2

 

 

02: 예(禮)로써 구현하는 바른 정치

 

의궤는 국가 의례나 행사에서 모범적인 기준을 세우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모범적인 의례란 바른 예법을 잘 따른 의례입니다.

 

의례에 맞는 예법을 규정한 것이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같은 전례서(典禮書)라면,

의궤는 그 예법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의 경험을 모은 것입니다.

의례에서만 예법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국왕이 추구해야 할 바른 정치도 예법을 따르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효(孝), 충(忠), 신의(信義)같은 사회적 덕목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예(禮)입니다.

왕이 먼저 바른 예를 실천함으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따르게 하는 것,

그것이 예로써 구현하는 바른 정치입니다.

'의식의 궤범(軌範)' 의궤,

거기에 만세(萬世)의 모범이 될 조선의 의례 경험과 품격의 통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문효세자가 왕세자 책봉 때 받은 옥인

문효세자(文孝世子, 제22대 정조의 장자이며, 의빈 성씨에게서 얻은 첫아들이기도 하다.

휘는 순(㬀), 시호는 문효(文孝)이다. 제23대 순조의 이복 형이다.

 

 

문효세자의 책례(冊禮) 장면을 그린 병풍

 

 

문효세자가 왕세자 책봉 때 받은 죽책

 

 

문효세자책례도감의궤

 

 

헌종의 혼례 축하 그림 병풍

 

 

 

 

 

경종단의왕후가례도감의궤(景宗端懿王后嘉禮都監儀軌

1696년(숙종 22) 당시 왕세자였던 경종과 뒷날 단의왕후가 되는 세자빈 심씨의 혼례 과정을 담은 의궤

 

 

세조 어진 초본

1735년(영조 11)에 묘사한 세조 어진을 바탕으로 1935년 화사 김은호가 묘사한 어진의 초본

 

 

단종정순왕후 복위부묘도감의궤

 

 

단종과 정순왕후의 복위 때 올린 시호 금보

 

 

김석주 보사공신화상

 

충신(忠臣)을 기리다

조선시대에는 국가나 왕실에 공을 세운 신하에게 공신(功臣)의 칭호와 다양한 특혜를 내렸습니다.

이것을 '공신녹훈(功臣錄勳)이라고 합니다.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은 정공신(正功臣)으로, 작은 공을 세운 사람들은 원종공신(原從功臣)으로 삼았습니다.

정공신은 소수였지만,

원종공신은 수백 명, 수천 명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반 백성이나 노비도 포함되었습니다.

 

공신녹훈이 끝나면 국왕과 공신들이 모여 회맹제(會盟祭)를 열었습니다.

천지신명(天地神明)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서로 의리를 지키고 대대로 나라에 충성하자고 맹서하는 의식입니다.

공신녹훈과 회맹제는 군신(君臣)이 하나 되는 의례입니다.

신하는 충심으로 왕을 보필하고, 왕은 충신을 예우함으로써 신의(信義)를 보이는 것입니다.

나아가 왕과 관료 및사대부, 일반 백성들까지 모두가 함께 나라를 지키고 왕조를 이어간다는 인식을 

확인하는 의례이기도 했습니다.

 

선농단이 표시된 한양 지도

 

 

 

03: 질서 속의 조화

 

각자가 역할에 맞는 예를 갖춤으로써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것.

조선이 의례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이상적인 사회 모습입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예를 실천하며

함께 만드는 질서, 그리고 그 속에서 누리는 안락함은 크게 보면 나라를 경영하는 지향점이지만,

작게는 한 번의 행사에서도 실현하고자 한 가치였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왕실 잔치입니다.

왕실 구성원과 초청받은 손님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관원들, 잔치의 흥을 돋우는 악공(樂工)과 여령(女玲)까지

다양한사람들이 모여 의례 절차를 따르면서 즐거움을 나누는 왕실 잔치를 통해 예로 만든 질서 속에서

모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사회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건고

 

 

 

 

 

 

 

 

- 모란도 -

 

기사년(己巳年)의 왕실 잔치

기사년(1809) 음력 1월 22일. 창경궁 경춘전에서 경사스러운 의례가 열렸습니다.

20세의 젊은 왕 순조(純祖 재위 1800~1834)가 할머니 혜경궁(惠慶宮)을 위해 개최한 행사입니다.

이 해는 혜경궁이 사도세자의 세자빈이 되어 관례(성인식)를 치르고 궁궐로 들어온 지 60주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순조는 혜경궁의 자애로움에 보답하고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새 옷감을 진상하는

진표리(進表裏)의례를 개최하였습니다.

한 달 뒤인 음력 2월 27일에는

왕대비와 왕, 왕비, 초청받은 왕실 친인척들이 모여 죽하 잔치인 진찬(進饌)도 열었습니다.

기사년 봄날의 진표리와 진찬,

왕실의 위엄과 경사스러운 날의 기쁨이 어우러진 화락(和樂)의 자리였을 것입니다.

 

순조가 할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열어준 성대한 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