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감상 (320) 썸네일형 리스트형 꽃덤풀 - 신석정 꽃덤풀 신석정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매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풀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그 마음에는 - 신석정 그 마음에는 신석정 그 사사스러운 일로 정히 닦아온 마음에 얼룩진 그림자를 보내지 말라 그 마음에는 한 그루 나무를 심어 꽃을 피게 할 일이요 한 마리 학으로 하여 노래를 부르게 할 일이다 대숲에 자취 없이 바람이 쉬어 가고 구름도 흔적 없이 하늘을 지나가듯 어둡고 흐린 날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받들어 그 마음에는 한 마리 작은 나비도 너그러게 쉬어 가게 하라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湖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란 하늘에 백로(白鷺)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어느 지류(支流)에 서서 - 신석정 어느 지류(支流)에 서서 신석정 강물이 아래로 강물이 아래로 한 줄기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검은 밤이 흐른다 은하수가 흐른다 낡은 밤에 숨 막히는 나도 흐르고 은하수에 빠진 푸른 별이 흐른다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못 견디게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빛나는 태양이 다다를 무렵 이 강물 어느 지류에 조각처럼 서서 나는 다시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리......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湖水)에 힌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서요 나와 가치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山) 비탈 넌즈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힌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서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羊)을 몰고 돌아옵니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五月) 하늘에 비.. 신록 - 서정주 신록 서정주 어이 할 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 가졌어라! 오월의 노래 오월의 노래 산허리 감아 도는 안개숲 너머 어딘가 살고 있을 사람아! 햇빛 향기롭게 내리는 푸른 오월 들판으로 가 눈물 나게 싱그러운 이름 모를 들꽃 보며 한 쌍 나비 동무하여 그 들길 우리 걷자 사람아! 하얀 눈꽃 넘실대는 푸른 오월 숲으로 가 선연(嬋姸)의 그대 손잡고 돌연 대지 꺼지고 하늘 깜깜해지는 키스도 하자 햇살 머리 위에 비추고 영롱한 눈빛 향그런 내음 가난한 가슴 부풀어 감추지 못한 밀어 사람아! 오월 초록 풀밭에 누워 조약돌 하늘 바다에 던져 동그라미 아련히 여울지는 마지막 사랑 불사르고 하늘로 오르자 사람아, 사람아, 온유와 자비 가득한 오월이 다 가도록 부르고 싶은 사람아 아직도 여울지는 아카시 향기처럼 네가 그리워 나는 운다 이전 1 2 3 4 5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