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여보게 친구

 

살아 있는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들여마신 숨 내 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모두 다 내것인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데는

티끌 하나도 못가지고 가는 법 이리니

쓴 만큼 쓰고 남은것은 버릴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웬 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랑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은 따로 없네

 

생이란 한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일어 쓰러짐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점 눈 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에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쓰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것.

 

서산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