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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글

차 한 잔의 사색

"차 한 잔의 사색"

여기 순수를 따다 만든 차 있는데
무심으로 차 한잔 하시지요

문밖 인기척에도
얽매이지 말고

방안 물끓는 소리에도
얽매이지 말고

눈에 보이는 차 색깔에도
얽매이지 말고

코에 느껴지는 차 향기에도
얽매이지 말고

혀에 닿는 차 맛에도
얽매이지 말고

누구의 찻그릇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 내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차 마시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기쁜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슬픈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오고 가는 세상사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의 그 순수만 마시면 되지요.

그래도 그냥 차 한잔하는 마음 허전하시면
산사의 노승은 찻잔에 차 꽃이나 띄워 마시지요

풍경소리에는 귀 씻어주는 순수가 숨어 있고
차 꽃에는 찻잎 틔우는 순수가 숨어 있을 테니까.


= 황 청원의 '산문집 새벽여행'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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