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감상
신록 - 서정주
반백 중년
2023. 6. 19. 00:00
신록
서정주
어이 할 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 가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