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감상

12월 - 오세영

반백 중년 2020. 12. 11. 00:00

 

 

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 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